읽고 또 읽으면 치매 예방, 정신 건강 증진
독서의 계절이다. 평소에 유튜브도 많이 즐기고 뉴스도 많이 들으며 TV도 많이 보는데 책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사람들, 특히 시니어가 돼 "이 나이에 무슨 독서를 하냐"고 되물으면 솔직히 할 말이 없다. 다만 지난 팬데믹 기간동안 유튜브를 비롯한 온갖 디지털 문명을 즐겨온 끝에 조금 지겨운 시니어들에게 딱 맞는 지면이면 좋겠다.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했다는 말씀을 인용해 응용해본다. '세상은 넓고 읽을 것은 너무 많다.' 독서의 계절을 계기로 고전을 위시한 갖가지 책을 즐길 기회를 고민해 봤다. 책을 읽는 것이 지식 및 지능 증진은 물론, 훌륭한 치매 예방 및 정신 건강 증진에 좋다는 실례를 찾다가 이제까지 별로 생각하지 않았던 곳에서 찾았다. 바로 인공지능 중 머신 러닝에서 유사한 사례를 찾았다. 머신 러닝의 개념은 사실 몇 가지 안되는 정보로 알고리즘이라는 틀을 만들고 여기에 수없이 많은 정보를 입력시켜서 확률적으로 유연한 규칙이나 판단 근거를 만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알고보면 독서나 책을 읽는 것도 이와 유사하다. 예를 들어 소설을 읽는 것은 이제까지 자신이 경험해 보지 못한 남들의 이야기를 그럴듯한 스토리를 통해 마치 자신의 스토리인양 자신의 물리적 두뇌에 입력하는 과정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시각으로는 접할 수 없는 이미지를 입력시켜 상상이라는 지식 및 정보체계를 윤택하게 하는 작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소설이 이럴 정도인데 소설보다 더 많은 정보를 노골적으로 제시하는 다른 서적들은 그 정보나 상상력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하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독서는 인류 문명의 정수(액기스)다. 미국 교육의 근간은 그래서 고전 읽기에서 시작한다. 나보다 책을 많이 읽은 경쟁자를 이기기 어렵다는 것을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미국 사람들 혹은 미국에서 교육 받은 사람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읽고 인정한 고전을 읽음으로써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 반면 한인 시니어의 상당수는 극단적인 생산성을 추구하는 교육시스템에서 '빨리빨리', 혹은 '많이많이'를 추구하는 '개발도상국시절의 한국'의 교육 때문에 결과적으로 물질적이고 금전만능주의적인 세계관을 별다른 비판도 없이 받아들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한인 시니어들만이라도 인류문명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고전을 읽어보는 기회를 모색해본다. 비록 이제 철학자가 되지 못하더라도 103세의 김형석 교수같은 철학자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인생으로 마무리 해야 억울함이 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고전은 가짜였다 결론적으로 현재 50대 이상의 시니어들이 읽었던 고전은 상당수가 가짜였다. 즉, '짜가'였다. 요즘 표현으로는 '짝퉁'이었다. 물론 모든 책들이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지적재산권이 형편없던 70, 80년대 시절의 얘기다. 당시 출판업자의 고백이다. 예를 들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책은 최소 판매량이 보장되던 시절이다. 해마다 유력한 책이 알려지고 출판업자들은 리스팅된 책을 미리 구매해서 갖고 있다가 수상 소식이 뉴스에 나오면 그 책을 10페이지 정도로 나눠서 미리 확보한 해당 언어 전공학생들에게 나눠서 일시에 번역을 맡긴다. 그러면 1주일만에 번역한 책이 나오고 첫 번역본으로 일정량을 판매할 수 있다. 그래서 한 사람이 번역한 것이 아니므로 앞뒷말이 맞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던 것이다. 명사들과 인터뷰를 하다가 참 딱한 상황이 고전을 읽은 얘기를 나눌 때다. 어떤 고전에서 감명을 받았다는 얘기를 한다. 그래서 물어보면, 원전을 읽은 경우는 없고 대개가 축소판인 문고판 혹은 어린이용 축소판을 읽고 감명을 받은 경우다. 물론 축소판을 너무 잘 만들어서 원전보다 더 훌륭한 경우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다. 우리 시니어 세대들이 읽은 고전은 상당수가 엉터리 번역, 엉터리 축소판이다. 그래서 제대로 된 번역과 제대로 된 분량의 책을 읽어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있었고 2000년을 기점으로 제대로 지적재산권을 지불한 번역서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것이 한국에서 불고 있는 독서 붐의 또 다른 이유다. ◇오디오북이라는 대안 시니어가 독서, 특히 고전을 마음껏 읽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로 노안이 꼽힌다. 시간은 아무래도 청중장년 세대보다 많은데 눈이 어두어 져서 못본다는 사실이다. 나이 먹은 것도 서러운데 책도 내 마음대로 보지 못한다는 현실이 너무 아쉽기까지 하다. 항상 문제에는 그에 따르는 해결책이 있게 마련이다. 2가지를 꼽을 수 있다. 큰 글씨로 보는 것이다. 성경책 중 일부가 시니어세대들을 위해서 큰 글씨로 세상에 나왔 듯이 일반 도서도 큰 글씨 버전이 있다. 아울러 이북(eBook)으로 보는 경우는 폰트 자체를 키워서 책을 읽을 수 있다. 요즘은 웬만한 도서관에서도 책을 이북 형태로 제공하고 있어서 노안으로 인한 고전 읽기 어려움은 해소될 수 있다. 다른 해결책은 바로 오디오북이다. LA한인사회에서 개업 중인 김지영 변호사는 70대 초반인데 이미 15년전부터 아마존의 오디오북서비스의 열혈 독자다. 특히 출장을 가거나 일을 하면서도 라디오처럼 들려오는 상냥한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즐겨서 굉장히 많은 책을 섭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어 오디오북인 아마존과 달리 한국의 여러 도서판매 사이트나 '윌라'같은 전문 회사에서 한글책을 읽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윌라의 경우, 책만 읽어주는 무제한 서비스는 10달러, 기타 서비스를 포함해도 14달러를 월간 구독료로 받고 있다. 또한 이들 서비스는 고전만이 아니고 신간, 베스트 셀러 등 매우 다양한 콘텐츠를 자랑하고 있다. ◇생활이 빠듯해 못한다 시니어 중에서 몸도 마음도 불편하고 시간과 금전적으로도 빠듯한 삶을 살고 있는 경우도 있다. 특히 스마트폰도 카톡말고는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솔직히 윌라나 무슨 월간 구독하는 서비스는 생각조차 못하는 경우다. 하지만 세상이 좋아졌다. 그냥 유튜브만 할 줄 알아도 고전을 들을 수 있다. 요즘에는 잘만 찾으면 무료로 고전을 읽어주는 서비스가 출현했다.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에 화면만 딱 하나 올려놓고 팟캐스트처럼 한두시간 동안 책을 읽어준다. 50대 영 김씨는 '고전 중에 고전'인 성경을 유튜브로 듣는다. 이전에는 드라마 성경을 즐겨봤는데 그나마도 시간이 없어져서 유튜브에서 성경을 듣는 것으로 대신한다. 김씨는 "성경을 3독 했는데 오디오로 들으니 새롭다"면서 "시간을 내서 성경책도 한번 더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결론, 이렇게 오디오 서비스는 책을 실제 읽는 것보다는 훨씬 못 미친다. 글이 주는 특유의 상상력을 귀로 듣는 것은 그만큼 상상력이 깎이는 단점이 있다. 그나마 동영상으로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보다는 낫다. 장병희 기자치매 예방 치매 예방 정신 건강 한인 시니어들